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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Chan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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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윤

도예가를 자처하나 화가를 갈망한다(2020)

제주 흙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시는데 제주 흙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제주는 화산 활동에 의해서 형성된 지역이잖아요. 다른 지역에 비해서 철분 함량이 굉장히 많아요. 철분이 많다는 것은 붉은색 계열을 만들어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거든요. 이런 부분이 제주 점토의 특징입니다.

제주의 돌가마를 사용하신다고 하셨는데 돌가마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옹기를 예를 들면 육지의 옹기와 제주의 옹기의 차이가 있습니다. 제주의 돌가마로 소성을 하게 되면 유약을 바르지 않아요. 육지의 경우, 재와 흙을 섞어서 잿물이라는 것을 만들어요. 그게 유약이 되는 건데 제주도는 유약을 바르는 제작 과정을 거치지 않죠. 날 그릇 상태에서 가마에 재입을 하면 불이 소성되잖아요. 그러면 재가 자연스럽게 날리고 불의 흐름, 불 자국 같은 것들이 그릇에 반응이 되어서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통기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 부분은 실험을 통해서도 나타난 결과입니다.

다른 옹기와는 다르게 그릇 자체에 자연적 요소인 나무, 돌이 포함되어 있어서 작품의 캐릭터가 유일하신 것 같아요 보통 작가들은 자기의 작업적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요. 저 역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주가 가진 문화적 콘텐츠의 장점을 기반으로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제주 옹기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처음에 옹기를 만들고 흙 작업을 하니까 사람들이 “옛날에 우리집에도 있던 것.”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작업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구축할까 생각하다가 하루는 바다에 갔는데 돌이 눈에 들어왔어요. 만져보니까 돌의 촉감이 느껴지잖아요. 옹기는 시각적으로 구축인 된 것으로 바라보는데 그것을 단순히 시각이라는 감각기관 말고 만져야 느낄 수 있는 것을 연결하면 어떨까 해서 시작을 했던 거예요. 

구워지는 방식도 그렇고 작품 안에 자연이 존재해요. 그래서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오고요. 공예는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만질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촉감으로 느껴지는 부분까지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작업을 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기존에 도예 작업을 했던 선조들도 있고 최근 현대 도예 교육과정을 거친 많은 분들이 있는데 그 분들도 굉장히 많은 고민과 시도를 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제가 리서치를 해 보면 웬만한 건 다 나와 있어요. 그 사람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는 정말 사소하지만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작업을 할 때 똑같은 항아리를 만들더라도 뭔가 나만의 것, 나만의 표현방식으로 접근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죠. 

공예라는 분야는 작품으로 존재할 수도 있고 실용적인 측면이 될 수도 있고 경계가 모호해졌잖아요. 더구나 요즘에는 디자인적인 요소들도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작가님은 전통을 이어 나가면서도 제주의 자연도 담고 또 디자인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어나가실 예정인가요 실용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공예잖아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연스럽다’ 이 부분을 작업의 핵심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색깔을 내는 것에도 제가 인위적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소성 과정, 이런 것들을 통해서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디자인적 측면에서는 구체화 된 결과물이 일상생활에서 쓰이든 작품으로 거는 형태든 중요하지 않아요. 사용자가 누가 되었든 그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가치관에 변화를 시키는 것이 작업으로 하고 싶은 점입니다.

눈에 띠는 것이 평면 작업인데 돌을 수집해서 붙이는 방식인 줄 알았거든요. 하나하나 빚으신 거라고 들었어요 작업을 하다 보면 생각의 변화들이 크게 크게 바뀌는 지점이 있어요. 2011년 즈음에 제주 점토 작업을 하다가 항아리 만들고 손잡이에 다른 재료를 통해서 촉각적인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했는데 그런 생각이 불쑥 들었어요. ‘왜 도자는 입체 작업만 할까?’ 그 물음 때문이었어요. ‘도자를 가지고 평면 작업, 즉 그림을 그리면 안 되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판을 만들어서 그림을 그리는 방법도 있지만 뭔가 새로운 형태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제 창작의 영감은 보통 바닷가나 오름이나 한적한 곳에 가서 생각해 보면 번뜩일 때가 있거든요. 이 작업은 딸 아이랑 바다에 갔을 때, 자연석이 막 해안에 있잖아요. 그게 형상같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런데 그냥 자연석을 주워서 그리는 건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 제주도의 자연석은 현무암이니까 색이 한정되어 있거든요.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도예가를 자처하나, 화가를 갈망한다.” 그 작업은 회화적 표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한 것입니다. 그냥 붙여서 그리는 게 아니라 작품이 놓여질 때 실내든 실외든 전시장이든 작품은 조명을 받게 되어요. 그 조명을 받으면서 빛과 합성이 되면서 또 다른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빚으실 때의 흙은 제주 흙만 사용하시는 건 아니죠 다양한 흙들을 사용하는데 색깔은 유약을 바르는 것이 아니라 전통가마나 제주 돌가마, 가스 가마, 전기 가마를 모두 혼용해서 색을 일단 만들고 색 분류를 하는 거예요. 작은 크기는 핀셋으로 작업하고요.

굉장히 노동집약적인 작업인 것 같아요 노동집약적이라고 했는데 저도 학생을 가르칠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사람이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은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내가 당연히 할 수 것이 있다고요. 이건 정말 ‘징그럽다.’ ‘집요하다.’ 이런 지점에서 감동 받는 것 같아요. 그 지점을 제 작업의 포커스로 두고 있습니다.

작품에 디자인적인 어법이 있고 도예가의 장인정신도 담겨있어요. 성취도에 대한 집약이 작품에 존재 할텐데 그 궤를 달리 하는 건지, 자기 포지셔닝이 궁금하거든요. 장인정신의 시류에 대한 행동이나 작가로서의 자신은 어디 즈음에 위치할까요 전통을 재현하는 작업은 중요하고 소중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 작업의 출발이 그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영역에 어느 정도 시간 할애를 했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평생 전통적 달항아리를 만들거나 옹기를 재현하는 것을 제 작업의 포커스로 맞추고 있지는 않아요. 평면 작업을 시도했듯이 시간이 흘러서 독자적인 어떤 흙으로 그림을 그는 사람처럼 구체화 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보통 ‘도예가 뭘까?’ 물었을 때 사람들은 접시 혹은 그릇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그럼 흙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접시나 그릇만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것을 문화적 개념으로 확장을 시키는 거예요. 흙으로 만들면 도예이긴 한데 그걸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사고하고 삶에 보탬이 되게 하는 것이죠. 보탬이 되는 게 항아리면 어떻고 그림이면 어떨까라고 생각을 하는거죠. 일정 시간이 흘러서 60이 되고 정년이 되었을 때 사람들의 기억속에 ‘저 사람은 새로운 것들을 많이 해 보려고 했었고 생각의 어떤 번뜩임이 있었다.’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겁니다.

10년 전에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10년 후인 지금 다시 찾아왔는데 기와집은 아직 못 지은신 거죠 생각이 많이 바뀌더라고요. 제가 이 집을 초가집으로 지었거든요. 20대 젊었을 때는 아주 전통에 꽂혀서 기와집을 짓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서른 살에 막연하게 초가집을 짓고 싶어서 지었는데 나이가 드니 조금 바뀌더라고요. 집을 세 번 지어 봤습니다. 서른살 초반에 초가집을 짓고 34세에도 짓고 40세가 넘어서 시내에 집을 지었는데 지을 때마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전통성이 현대에 스미는 형태로 작업의 성향이 변했듯 그렇게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기와를 찍어서 기와집을 짓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전통적 요소를 차용을 해서 부분적으로 스미게 하는 것,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변한 것 같아요. 

작업 과정을 보면 제주만의 문화를 이어오다가 확장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재료도 그렇고 개념도 그렇고요. 공예를 하는 장인의 느낌보다는 종합적인 예술, 작가로서의 입지를 더 굳혀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학생들한테는 작업의 방향에 대해 다양성을 열어주고 싶으신가요 그런 형태로 제가 학교에서 가르칩니다. 제주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어요. 그러니까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죠. 제도적이든 문화적인 콘텐츠의 활용이 되었든 그런 형태로 학생들을 많이 이끄는 편입니다.

특징적인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을 말씀하지는 건가요 네. 실험을 해보는 것이죠. 대학원생 같은 경우는 그런식으로 작업 방향을 많이 해 보도록 권유합니다.

평면작업에 도전하셨는데 앞으로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스스로 중간 평가를 하셨나요 제가 전통성의 작업을 했을 때,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그런 작업을 안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이 조금 해요. 따라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장점적 요소들을 느꼈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자연 재료를 가지고 혼합했을 때 이것도 많은 분들이 따라해요. 회화 표현도 지금까지는 아니지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다머라는 사람이 한 말을 좋아하는데 “의미는 종착지에서 완성된다.”라는 말을 했어요. 우리는 과정에서 빨리빨리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하고 결과를 받고 싶어하잖아요. 저는 그렇지는 않아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요 생각이 많이 바뀐 지점들이 있는데 2010년도 40세가 된 지점과 최근에 생각들이 계속 바뀌는데 많이 놓고 있는 느낌을 받아요. 예전에 30대에는 작업을 하면 ‘제주도에서 정말 최고가 될거야.’ ‘제주를 넘어서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되어야지.’ 했는데 생각이 많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고 이런 생각이 들고 지금까지 16번의 개인전을 했어요. 거의 1년에 한 번씩 했고 패턴적으로 작업을 했거든요. 10월에 전시를 하고 두 달 정도 놀아요.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다음 전시에 대한 발상을 하고 1년을 달려요. 전시를 하고 피드백을 받고 작업을 하고 또 10월에 전시하고 피드백 받고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꼭 작가는 저래야 할까?’ 보통 작가라고 하면 어떤 틀에 자신을 굉장히 괴롭혀야 좋은 창작물이 나온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그런 생각도 해 보고요. ‘연륜이 묻어나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의 깊이가 있지 않을까.’해요. 그리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전시가 목적이 아니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요. 작품을 팔아서 생계가 유지가 되는 게 아니라면 조금 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고 싶은 작업을 하고,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싶습니다.

• 나는 모든 것에 흥미를 느끼지만 무엇에도 붙들려 있지 않다. 모든 일에 반응하지만 늘 꿈꾸는 상태다.
  – 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책 중에서-

 

‘장인’의 정통성을 바탕으로 제주 옹기와 도자 문화를 꾸준히 구축해 온 오창윤 작가. 인위적으로 가공하는 형식보다는 자연이 자연스럽게 깃든 작품을 추구한다. 결과나 과정에서 느끼는 삶의 속도와 변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정주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한다. 도예가를 자처하나 화가를 갈망한다는 그는 무엇에도 붙들려 있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꿈꾼다.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싶다는 작가의 종착지에는 어떠한 마침표가 있을까.

인터뷰∙글 권주희  사진 한용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