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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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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플라워

1집 앨범 제작기(2020)

어느덧 우리 앨범이 나온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누구의 말마따나 발매한 지 사나흘만 지나도 금세 잊히는터라 반짝할 새도 없이  금세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은 느낌이다. 대단한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꾸준히 들려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앨범 작업을 한참 할 때는 참 치열하게 고민하고 디테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 앨범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사소한 선택과 결정들이 결국 막바지에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렇게 매년 정규앨범을 낸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올 한 해 내 에너지의 상당량을 들여 만들어낸 앨범. 이 앨범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스스로, 게다가 글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 매우 쑥스럽지만 이런 글을 통해 우리 음악에 조금이라도 누군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글을 남긴다.

우리는 참 우연히 만난 것 같지만 어쩌면 필연적 만남 이였을지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에 의해서 찾는 관계가 지속될 것 같아서 밴드를 결성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럴 거면 그냥 팀으로 같이 하시죠.’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제주에서 내게 필요한 보컬과 피아니스트를 꼽으라면 아마 지금 스프링 플라워로 함께 하고 있는 우리 멤버들일 것이다. 피아노 치는 김세운 씨와는 처음 그녀의 공연에 세션으로 참여하면서 만나게 되었고, 노래하는 김나형 씨 와는 그녀의 1집 앨범 세션으로 참여하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 멤버들은 부정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필요에 의해 서로를 자주 봤을 것이고 뭐가 됐든지 같이 하고 있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서울에서 알고 지내던 수많은 뮤지션들 중 왜 이렇게 맘 맞는 사람 찾기가 힘들었던 건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참 신기한 일이다. 

개인적 결론이지만, 필연적으로 서로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색과 배경은 매우 달랐다. 첫 합주 당시만 해도 우리가 이런 노래들을 앨범에 담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우리 셋이서 아주 조촐하게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곡을 편곡해보고, 조니 미첼의 곡을 어떻게 다뤄 볼지 고민하던것이 첫 시작이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이렇게나 많이 우리의 곡으로 채운 정규 앨범을 낼거란 기대도 없었다. 그런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실 재즈밴드에게 창작은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니다. 굳이 밴드를 위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지 않아도 행사나 축제 등에서 어필할 만한 레퍼토리는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마 김나형 씨의 첫 앨범 작업을 통해 우리가 만나게 되어서 일까? 스프링플라워가 일반적인 재즈 밴드가 아닌 무언가 다른걸 해볼 수 있는 팀이라고 느꼈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편곡을 통해서 건, 창작을 통해서건 우리만의 음악적 시도를 충실하게 담아 보자는 것에는 서로 자연스럽게 동의했던 분위기가 있었고 우리 모두 음악으로 돈을 버는것에 재주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욕심도 없었기에 느리고 소탈하게 만났던것 같다. 그렇게 서로의 음악적 비전을 담아 편곡한 곡들이 하나하나 레퍼토리로 쌓여갈 때마다 우리만의 갈길이 조금씩 보였던 것 같다. 그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우리가 스스로 만족하는 음악을 만들어간다면 분명 누군가는 우리의 음악을 알아주고 들어줄 거라는 믿음도 그렇게 생겼던 것 같다.

이때즈음 나에게는 아마도 살면서 가장 슬픈 일일지 모를 사건이 생겼다. 오랫동안 혈액암으로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서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에 일이년 정도 많이 힘들어했다. 지금도 꿈에서 자주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당시에는 살아가야 할 여러 이유 중 중요한것 하나를 잃어버린것 같았다.  그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올레길이나 둘레길, 오름 같은 한적한 곳을 찾아 많이 걸었었다. 제주의 구석구석을 방황하던 시간 동안 나는 스스로 그 상처를 치유할 방법으로 노래를 만드는 것을 선택했던 것 같다. 길을 걷다가 흥얼거리는 멜로디를 녹음하고 그때 떠올랐던 감정이나 심상을 가사로 옮기면서 괴로웠던 내 마음을 달랬었다. 그전에도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때 작사의 힘에 눈을 뜨게 된것 같다. 비록 잘 쓴 글은 아니지만 그냥 내 마음을 녹여내려 치열하게 고민하던 그 길위에서 내마음이 조금씩 치유되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1집에 내가 쓴 곡들의 가사의 느낌들은 다른 듯 닮아있다. 그런 이유로 내가 쓴 곡들의 트랙들은 일부러 조금 나누어서 배치해 두기도 했다.  피아니스트인 김세운 씨도 당시 본인의 마음을 담은 가사가 있는 두 개의 곡을 작곡했는데 , 바로 ‘나의 두려움이 사라질 때’와 ‘아버지의 고백’이란 곡이다. 특히 나는 ‘아버지의 고백’ 이란 곡을 좋아한다. 김세운 씨가 그 곡의 스케치를  본인의 목소리로 녹음해서 들려줬을 때가 기억난다. 새벽녘 같은 아침에 차분한 목소리로 불렀던 이 단순한 가사에는 인간이 어찌하지 못하는 수많은 감정들의 충돌과 그 충돌을 억누르고 내딛는 한 발짝에 대한 김세운 씨만의 깊은 성찰이 느껴졌다. 그렇게 재즈를 근간으로 시작했던 우리의 출발은 밴드 개개인의 여러 굴곡을 지나 우리만의 사운드와 메시지로 가다듬어져 갔다. 우리의 음악을 발표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도 이즈음이다. 

어쩌다 보니 이번 앨범에서 우리는 어떤 ‘흐름’에 대해 노래하게 되었다. 첫 번째 곡인 김나형 씨의 Re:Born에서부터 마지막곡인 ‘그리워라’까지 일관된 정서라고 까지 할 수는 없지만, 흐름에 순응하고 따르며, 그 흐름을 따라 소망하고 꿈꾸는 우리의 여러 가지 마음들이  앨범에 담겨져있는것 같았다. Spring Flow-er라는 활동명이 우리에게 그런 공통의 정서를 불러일으키게 한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앨범을 만들면서, 들으면서, 연주하면서 하게되는 나만의 생각이다. ‘나는 한 개인으로 여러 가지 흐름에 실려 살아간다.  삶의 흐름, 그리고 계절의 흐름, 관계나 사회의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그 흐름들 중 영원히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적어도 개인으로서의 삶의 흐름은 정해진 끝을 향해 나아간다. 끝이 다른 흐름에서 발생하는 상실, 그리고 그 상실을 이겨내야 하는 나라는 존재는 끝이 없는 것 같은 계절의 반복들을 마주하면서 어느 것도 더 좋을 것이 없고,  더 귀한 것도 없이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구나.’ 그렇게 나의 희망적이면서 슬픈 생각들을 정리해서 ‘Follow Your Flow’라는 앨범 타이틀을 붙이게 되었다.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누군가에게 혹은 세상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스스로를 찾지 못하고 그저 나 자신을 괴롭혔던 자신에 대한 사과의 의미도 있다.

앨범을 마무리하고 돌아보니 아쉬운 점이 참 많다. 그중 나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우리 세명의 지향점이 조금은 달라 발생했던 미세한 간극들이 조금씩 눈에 띈다는 점이다. 나는 나대로 욕심을 부렸던 부분들이 눈에 먼저 밟힌다. 다른 멤버들에게는 어떤 게 특별히 아쉬운지 아직은 물어본 적이 없어 그들은 어떤 마음일지 모르겠다. 다음 앨범은 그저 더 많은 공간과 비움으로 우리 세명이서 온전히 연주할 수 곡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명 올해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에너지를 충실하게 잘 사용한것 같다. 이번 앨범에 못 담은 아쉬운 곡도 있고, 새롭게 가사를 붙인 곡도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갈길이 멀기에  조금씩 꾸준히 해나갈 작정이다. 이제는 다시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해가 조금 길어지고 찬바람이 수그러들어 꽃이 피기 시작하면 다시 제주의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겨울 동안 머릿속에 묵혀두었던 것들을 조금씩 꺼내 봐야겠다. 그리고 코로나 19가 끝이나면 함께 서로를 위로하고 축하하는 우리만의 자그만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다.

인터뷰글 유성재  사진 한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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