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ZOO

연어의 노래

  SONG OF SALMON

숲속 블루스

blues in the woods

INTERVIEW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음악가 하림입니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가 있다면?
공연하는 일이에요.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공연을 쭉 못 했잖아요. 그러고 나서 여러 모로 힘들었어요. 무대에 서는 기분도 안 나고 음악을 하고 있는 이유도 모르겠고. 관객이 없으니까요. 

다행히 코로나에 익숙해지고 다시 공연을 할 수 있게 된 이후부터는 진짜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크고 작은 공연 가리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 다니면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창작과정에서 가장 큰 우선순위는 뭔가요?
사람들은 제 음악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할까 그게 저한테는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많은 음악가나 예술가들이 그렇지만 보통 스스로 하고 싶은 게 좀 명확할 때가 있잖아요. 그리고 그 하고 싶은걸 할 수 있을 때 까지 굉장히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고 노력도 하곤 하는데 어느 순간 시선이 나에게서 외부로 바뀌는 그런 나이대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무대 아래에 앉아 나를 보고 있는 저분들은 이 노래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할까? 왜 저렇게 행복해할까? 그럼 좀 더 노력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노래를 만들 때 객관적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들으면 더 잘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대중성 같은 의미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거랑은 좀 다른 얘기예요. 암튼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사실 답은 관객 분들이 갖고 있어요. 제 고민과는 달리 되게 명쾌할 수도 있구요. 

때로는 저를 보는 관객들의 눈빛, 박수 소리, 그리고 저한테 보내주시는 사소한 sns 메시지 하나하나가 다 저에게 영향을 미쳐요. 예전과는 좀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위주로 했다면 지금은 관객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곤 해요. 

무대에서 노래하는 저를 보는 분들은 대부분 평생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렇게 전국을 돌며 노래하고 다녔는데도 말이죠. 그러면 생각해요 ‘저분들은 내 노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라는 노래를 한번 듣겠구나. 근데 사실 저도 어떤 노래를 라이브로 들으면 그 감동이나 여운이 굉장히 오래 가거든요. 삶에 영향을 끼쳐요. 그래서 무대에 설 때 마다 정성스럽게 노래해야 겠다 라는 생각을 늘 해요. 

제주섬은 스스로에게 어떤 공간으로 인식되나요?
저는 일단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에 바다 오고 싶을 때마다 제주에 왔어요. 프리다이빙을 가끔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제주 바다가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구요.

그런데 개발이 꽤 많이 됐잖아요. 개발로 파괴된 자연을 볼 때마다 제가 도민이 아닌데도 좀 안타깝고 슬프더라구요. 제주바다를 지키고 싶은 이런 제 마음이 이기심 인건가 내가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사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구요, 

서울에 있다 여러모로 힘들고 지칠 때면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서 제주도를 자주 찾곤 했어요. 제주 와서 사귄 친구들도 많고 그 친구들은 여전히 여기 살고 있구요. 그래서 거리상 꽤 멀긴 한데 저한테는 제주가 심적으로 굉장히 가까운 공간 이예요. 잠깐 머물다 떠나고 했는데 최근에 바다를 더 좋아하게 되면서 제주에 좀 오래 머물며서 바다와 더 가까워져 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예술이 세상과 공간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믿으신다면 예술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노래 같은 게 사람들 마음을 한 번 울리기 시작하면 들불이 번지듯 마음에서 마음으로 타오르는걸 볼 수 있거든요. 최근에 노동 운동과 관련된 노래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 노래가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데 도움 됐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아 이게 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최근에 음악을 만든 사람으로서 그런걸 느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해요. 예술은 당연히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미술, 음악, 영화, 연극 같은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그 어떤 미디어보다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선동이라고 얘기 하시는데 어떤 시각에서 보면 선동으로 보이지만 어떤 시각에서는 혁명 같은 일들을 예술이 해왔거든요. 뭔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현실적으로 움직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꼭 현실적으로 무언가를 변화시키거나 움직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작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우리 마음속에 인간적인, 혹은 본질적인 선한 의지 같은 게 싹 틀 수 있지 않겠어요. 

우리가 늘 무언가를 느끼며 살듯이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거나 영화를 감상하면 우리 마음속에 수많은 질문들이 떠오르잖아요. 그런 질문들이 어떤 건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분명 무언가 있어요. 저는 그게 필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그러한 질문들이 그 어떤 것보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상과 이 시대를 좀 더 좋은 쪽으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이 된다고도 생각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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