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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꽃

만남의 이유(2020)

내가 국악에 진지한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는 우습게도 사이먼 바커(Simon Barker)라는 호주출신의 외국인 재즈드러머의 연주를  통해서다. 나는 당시 재즈로 부터 출발한 드럼과 드럼 반주 기법의 역사적 발전에 대한 석사논문을 쓰고 있었다. 리듬의 역사적 전통에 대한 논문을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리듬의 역사의 뿌리가 궁금해졌는데 호기심에 이런저런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사이먼 바커라는 재즈드러머를  알게 되었다.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탐구나 실험적 시도가 지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그 시대에 호주출신의 재즈드러머가 한국의 전통 굿 음악에 감명을 받아 머나먼 타국으로 날아가 음악을 배우게 되는 과정이 생생하게 기록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서 나는 꽤나 충격을 받았다.  아마 한국에서도 사이먼 바커의 이런 생소한 도전에 영감을 받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을것을 생각한다.  더우기 사이먼바커는 놀랍게도 그들에게는 생소했을 굿음악의 영적인 측면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굿음악의 깊이를 토대로 시도된 그의 음악적 실험들은 신선했고 국악기를 다양하게 활용하며 드럼을 접목한 그의 드러밍은 놀라웠다. 안타깝게도 아마 지금 사이먼 바커의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만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대담했고 선제적인 활동이 오늘날 유튜브를 강타한 ‘씽씽밴드’나 ‘이날치밴드’와 같은 국악 기반의 팝밴드 태동의 기반이 되었을것으로 믿고 있다. 푸른 눈동자의 재즈 드러머가 국악뮤지션들과 만들어냈던 그 콜라보레이션은 아마도 많은 국악인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활짝 열어 주지는 않았을까? 오래전부터 도제방식으로 전수되는 국악씬에서 활동하던 음악인들중 적지않은 수의 사람들은 창조적 예술혼을 불태우고자 기회를 엿보고 있었을것이다. 그래서 조그만 충격으로 만들어진 작은 균열의 틈에도 국악 본래의 생동력이 무럭무럭 꽃을피워 오늘날 같은 주목을 받게 된것은 아닐까?   

그래서 요즘 공연예술계에서 국악을 위시한 한국의 전통예술은 뜨거운 감자 같은 장르다. 레트로의 열풍과 BTS를 위시한 한류의 열풍, 한식 등등 몇년전만해도 왠지 우리가 발벗고 나서서 칭찬해주면 안될것 같았던 한국의 전통문화가 몇년사이에 그 위세를 달리하면서 국악씬의 온도도 덩달아 뜨겁다. 아마도 코로나 19가 아니였더라면 올해 ‘이날치밴드’가 얼마나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활약 했을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국악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선한 국악 창작곡들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새로운 국악음반을 찾아듣는 사람은 아니지만 KBS 클래식 FM 방송의 애청자로써 ‘국악의 향기’ 프로그램에서 송출되는 국악을 흥미롭게 듣곤한다. 뭐든 지 과하면 독이라는 말처럼’ 더러는 대중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콜라보레이션을 위한 콜라보레이션으로 깊이없는 혼종국악이  양산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편한 시선 역시 존재한다. 전통음악에 대한 이해와 배움이 없이 그저 사운드와 사운드 혹은 악기와 악기가 결합하는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이 쏟아지고 있다보니 나오는 지적이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제주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아트프로젝트인 ‘나무꽃’의 활동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전통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장르와 음악장르를 혼용하여 거대한 키워드를 하나의 공연에 풀어내는 그들의 시도가 매우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이라고 느꼈다. 전통예술 퍼포먼스를 통해 현 시대를 조망하고, 국악과 한국 전통예술을 중심으로 현 시대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예술을 포괄하여 스토리가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기획의도가 와닿았다. 그리고 현대와 만나는 그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제주의 국악인들과 타 장르의 예술인들은  어떤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앞서 설명한대로 ‘아트 프로젝트 나무꽃’은 한국 전통 예술 장르를 중심으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주제가 되는 키워드를 예술로 풀어내는 공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비단 음악장르의 콜라보레이션 뿐만이 아니라 켈리그라피, 춤, 공연 퍼포먼스,설치미술등이 교배된 총체적 공연예술을 지향하고 있다. 한편의 국악 뮤지컬을 보는것과 유사한 경험이라고 할까? 나무꽃의 리더이자 기획자인 소리꾼 은숙이 예술적 키워드를 선정하고 그 주제로 부터 뻗어나간 아이디어는 나무꽃 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인들의 예술적 상상력이 동원된 공연으로 만들어 진다. 2018년에는 ‘흥’을 주제로 그 첫 시작을 알렸고 2019년에는 ‘상여, 탐라여 돌아오라’라는 종합 퍼포먼스 공연을 진행 하기도 하였다. 당시 나무꽃 프로젝트의 공연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열광적이였고,  제주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공연이라는 입소문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의 나무꽃의 활동기록을 잘 정리한 홈페이지가 없고  좋은 퀄리티의 공연 영상을 찾기가 힘들어  그들의 공연영상이나 음악을 감상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아트프로젝트 나무꽃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세명의 연주자가 있다.  바로 리더이자 소리꾼인 은숙과 재즈베이시스트 박수현, 그리고 클래식 타악기 연주자 이병준으로 구성된 트리오다. 소리를 하는 국악인을 서양악기로 반주하는것이 새로운 시도라고 까지 볼 수 는 없지만 그들은 소리꾼을 서양악기로 반주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장르와의 교배를 위한 나무꽃 프로젝트의 예술적 기반 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리더인 소리꾼 은숙에게   콘트라 베이스를 연주하는 재즈뮤지션, 그리고 클래식 타악기 연주자와 트리오 구성을 하게된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고유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재즈와 클래식을 기반으로 연주하는 뮤지션들과의 시너지에 집중했다.  각자의 음악적 전통이 갖는 그 고유성이 올바른 방식으로 결합했을때의 시너지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의 할 것은 장르별로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연주방식을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녀가 지적하기를 양악기로 국악을 어설프게 흉내내는 것이 아닌 각자의 전통적 연주방식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살려낸 상태의 조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자기의 것을 남들과 합치는 과정을 통해 음악적 상생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국악과 양악의 몇몇 콜라보레이션에서 내가 느꼈던 거북함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말에 고개가 끄덕인다.

퍼커셔니스트인 이병준씨도 소리꾼 은숙과 비슷한 맥락의 경험담을 덧붙였다. 나무꽃 공연을 함께 준비하던  장구 연주자와의 경험담이였는데, 장구연주자의 국악 장단이나 가락을 흉내내는  것보다 서양악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리듬을 장구연주자와 함께 연주 했을때 더욱 강렬한 시너지가 느껴졌다고 한다. 이질적인 문화적 배경에서 탄생한 리듬의 결합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악기로서 대화가 가능하다는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병준씨의 말에 곁들이자면 내가 한참 사이먼 바커의 연주에 빠져서 사물놀이, 남도가락 등을 공부할 당시, 국악의 리듬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흐름은 멀고도 먼 아프리카 대륙의 고유의 리듬의 흐름과 매우 비슷한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고유의 흐름이라고 하는것에 대해 설명하려면 길고 낮선 음악적 설명이 필요하기에 생략하겠지만,  리듬의 근간을 이루는 음표와 쉼표들의 묶음으로 발생하는 고유의 에너지가 매우 흡사하다고 이해하면 좋겠다. 

재즈 베이시스트 박수현씨는 나무꽃을 위한 음악작업이 쉽지 않다고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했다. 나무꽃 프로젝트의 음악작업이 그가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어려운 작업중에 하나로 꼽는다고 했다. 재즈 뮤지션으로서 낯선 음악에 주춧돌을 하나하나 놓아 전체적인 사운드의 맥을 짚어나아가야 하는 포지션이니 그럴만도 하다. 나무꽃은 찰나의 순간에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동화되어 연주를 하는 과정이 재즈와 국악이 매우 유사하지만 또 다르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그들의 연주를 듣다보면 국악과 재즈 사이의 즉흥적 요소를 잘 살려내고 있다고 느껴진다. 소리꾼 은숙의 노래에 이어지는 베이스의 솔로연주, 그것에 반응 하는 드럼의 움직임을 통해 타령이 주는 느낌에서 순간순간 변화하고 함께 호흡한다. 아직은 그 사운드가 새로운 어떤것을 창조한다는 느낌보다는 그 즉흥적 요소를 전통 재즈 방식을 차용해 연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근 미래에 나무꽃이 여러차레 봄을 맞고 새로운 결실을 자주 맺다보면 더욱 깊이감있는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줄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아트프로젝트 ‘나무꽃’은 코로나 19로 인해 2020년동안 준비되었던 공연들을 거의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채 올 한해를 지나게 되었다고 한다. 거대한 공연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기획하는 그들에게는 그 아쉬움이 몇갑절  클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라이브를 제대로 보고 싶은 아쉬움을 인터뷰에 앞선 진행된 연주영상 촬영을 감상하면서 어느정도는 해소했지만 아트프로젝트로써 그들이 제대로 준비한  퍼포먼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 마음까지 달래주지는 못했다.  2020년을 맞이하는 나무꽃의 앞으로의 행보를 물었다. 소리꾼 은숙의 개인앨범 뿐만 아니라 나무꽃 트리오를 근간으로 만들어진 음원들이 이미 거의 준비가 되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진행이 어려워져 앨범 발매를 어쩔수 없이 미뤘다고 한다. 아마도 오는 2021년에는 나무꽃의 앨범 뿐만 아니라 판소리 전승자 과정을 위해 여념이 없는 소리꾼 은숙의 개인 앨범 또한 들어볼 수 있을것으로 기대한다.또한 아트프로젝트 로써 그들이 2020년을 위해 준비했던 퍼포먼스가 보다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길 기다리고 있을것이라고 한다. 소리꾼 은숙은 정말 좋은 공연을 기획했었고 준비했었다고 하면서  인터뷰 내내 아쉬워했다. 아쉬움이 길어진 만큼 나무꽃의 다음 공연에 대한 기대는 커졌다. 그동안 절치부심하면서 수업이  조정하고 가다듬었을 그들만의 내공을 통해 한국 전통 예술의 진면목을 제주에서 감상할 날이 기다려진다. 20201년 아트 프로젝트 ‘나무꽃’의 활동을 주목해본다.

인터뷰글 유성재  사진 한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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