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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제본

ara binding

PROFILE

심의석 실장
1964년 충북 충주에서 출생
제일재책사 근무
2014년~현재 <아라제본> 실장

김길배 기장
1962년 전남 신안에서 출생
한길문화 근무
2015년~현재 <아라제본> 기장

협업을 통해 상생합니다.

한낱 기록이 책으로 탄생하는 꿈은 제본으로부터 성사된다. 종이의 잘림과 붙임은 필수 불가다. 층고가 높은<아라제본> 건물 안, 치직치직 기계음이 귀를 먹먹하게 하는 가운데 따르릉 데시벨 높은 전화벨이 울린다. 종일 서 있어야 하는 이 화북공업단지의 현장에서 한눈팔 기색은 없어 보인다. 저음의 심의석 실장과 중음의 김길배 기장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안다는 듯 주거니 받거니 마음의 궁합을 내비쳤다.

일터인 이곳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는지요?
김길배 일은 보통 오전 9시에 시작해요. 정상적으로 끝날 땐 오후 6시에 퇴근하죠. 일이 많으면 야근을 하기도 하고요. 연말에 가장 일이 많고, 연초엔 뜸한 편이에요.
심의석 주 6일제예요. 토요일엔 오후 2시에 일을 마치죠.

분야가 나뉘는 것 같은데, 어떤 업무를 맡는지요?
심의석 재단과 접지, 중철, 무선 등 총 3~4가지 분야로 나뉘어요. 전 종이를 자르는 재단 일을 하고 있어요.
김길배 쉽게 말하면 책에 풀을 붙이는 작업을 해요. 저는 표지와 내지를 연결하는 완성 단계를 맡고 있죠.

서로 맡은 분야가 있으니, 협업은 적은 편인가요?
김길배 아뇨, 거의 협업이라 보면 돼요. 제본은 체인처럼 연결되어 마무리하는 작업이니까요. 게다가 육지에선 자기 분야만 일해도 되지만, 여기에선 그럴 수 없어요. 자기 분야를 맡다가도 다른 분야가 바쁘면 도와야 하죠. 접지 쪽이든 재단 쪽이든 어느 분야나요. 급하게 주문량이 몰린다던가 갑자기 수작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각자 주 종목이 있을 뿐이죠.

궁합이 서로 좋아 보이는데 오래 함께 일했나 봐요.
심의석 기장님과는 4년 전 <아라제본>에서 만났어요. 저는 충북 청주에서, 기장님은 경기 파주에서 이곳에 입사하기 위해 왔죠. <아라제본>은 원래 <㈜한라지업>에서 운영하던 <한라제본>이 모태예요. 7년 전에 <㈜하나출판>에서 인수해 오늘에 이르렀죠.

제주살이 4~5년째인데, 어떤가요?
김길배 처음엔 마냥 재밌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좀 답답해지는 듯해요. 물가도 비싸고 교통도 육지처럼 용이하지 않으니까요. 제주는 관광지로서 힐링 차 오기에 좋은 곳 같습니다. 육지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어요.
심의석 기장님 생각과 비슷해요. 처음에 왔을 때, 주변 공기가 좋아 환경 면에서 만족했죠. 그런데 점점 일반 서민이 살기에 좀 어려운 느낌이에요.

화북공업단지에서 일하면서 느낀 인상을 솔직히 말한다면요?
김길배 음, 저는 탑동에 살고 있는데요. 일단 일터로서 화북공업단지는 공기가 상당히 안 좋아요. 시멘트 공장이 있어서 비가 오면 차 지붕에서 하얀 빗물이 흘러내리죠. 야외에 물통을 내다 놓으면, 우윳빛처럼 변해 있어요. 이건 미세 시멘트 가루가 날린다는 거잖아요? 우리가 평소 다 마시고 있다는 증거죠. 제주가 공기가 맑다고 하지만, 여긴 완전 블랙홀이에요. 어찌 보면 제주도민이 참 조용하고 착해요. 육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진작에 저 공장은 이사 갔을 거예요. 민원에 못 견디고 말이죠.

단지 내에 있어 다른 업체와 소통하거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일이 있는지요?
심의석 음, 딱히 그렇진 않아요. 비슷한 업체가 여러 곳이 있다면 모르겠지만요. 밥집이나 이용하는 정도죠.
김길배 동의해요. 만일 같은 분야가 모여 있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본 분야는 제주 전체를 통틀어도 서너 군데밖에 없어요. 현실이 그럴 지라도 같은 제본소가 모여 있다고 가정한다면∙∙∙ 한 곳이 바쁠 때 다른 곳에서 일을 거두는 식으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겠죠.

기존에 일하던 제본소와 이곳의 환경 차이가 있나요?
김길배 이쪽 시설이 좀 낙후된 편이에요. 육지에선 거의 자동화가 되어 있는데, 이곳은 수동이나 반자동 정도라 볼 수 있죠. 단시간 내에 많은 물량을 빼내기 어려워요. 육지에서 1시간 만에 끝날 일을, 4~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할까. 다른 한 편으론 이해할 만한 것이 물량이 턱없이 적은 까닭이죠. 이런 시설로 버틸 수밖에 없는 거예요. 양이 많다면 시설이 더욱 자동화되겠죠?

시설 때문일까요? 계속 서 있는 일이라 힘들 것 같은데.
김길배 글쎄요. 육지에서도 제본 일은 서서 하는 편이에요. 80년대 초부터 제본 분야로 입문했던 터라 딱히 힘든 건 모르겠어요. 아, 그런 건 있네요. 낚시를 하러 가면 오래 못 앉아 있고 답답해요. 물고기가 안 물면 빨리 낚싯대를 놓고 싶은 건 있죠.(웃음)

쉬는 날엔 주로 무엇을 하는지요?
심의석 가족과 함께 좋은 곳을 찾아 될 수 있는 대로 여행하려고 해요. 특히 산소가 좋은 숲 같은 곳을 선호하죠.
김길배 전 네이버 카페 ‘신비한 약초세상’ 회원 활동을 하는데요. 산에 다니면서 약초에 대해 배워요. 길에서 우리 몸에 좋은 약초를 발견하는 생활이죠. 전국 단위인데, 제주방이 있어 모임에 참석합니다. 정기나 번개 산행도 함께 하고요. 제주에서 추천할 만한 곳이요? 절물자연휴양림이나 사려니 숲, 비자림 등 동쪽 방면이 좋은 듯해요. 걷기도, 힐링하기에도 좋죠. 다른 곳은 너무 관광지화되는 듯해요.

앞으로 화북공업단지에서 이동 계획이 잡혔나요?
김길배 조만간 이사할 듯합니다. 본사인 <㈜하나출판>이 아라동에 있어요. 디자인실, 인쇄소 모두 거기에 있고 제본소만 여기 있는 거거든요. 회사에서 새로 건축물을 지어 이동할 계획이 있는 듯해요. 다른 기업의 공업단지 이전 문제에 대해선 크게 들은 바 없어요.

화북동의 역사였던 공업단지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아쉽진 않은지요?
김길배 저도 그래요. 유해성 회사가 있다면 그런 곳만 이사를 하고, 주변 환경에 피해를 안 주는 곳이라면 도심 지역 내 있는 게 좋죠. 일하는 사람 역시 이동도 쉬우니까요.

일의 철학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리며 마무리할게요.
김길배 아무래도 ‘납기일을 목숨처럼 지키자.’겠죠. 납기일은 우리 일에서 목숨과도 같은 거니까요. 인쇄나 방송 쪽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심의석 여기 일하는 직원은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내 일이 최고’란 생각을 늘 품고 있어요. 최고의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죠.

글: 강미승, 사진: 한용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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