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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장

jo eunjang

PROFILE

사진작가

거로마을이 고향같이 느껴져요.

그가 누르는 카메라의 셔터는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이끈다.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탐험가처럼 거로마을의 숨어있던 곳을 찾아갔다. 그의 사진에는 옆에 있었으나 보지 못했던 마을의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한다. 거로마을에 남아있는 옛것을 사랑하고, 그것의 사라짐을 아쉬워하는 그는 거로마을 전속 사진작가다.

화북천(2014) ©조은장

사진작가죠?
작가로서 작업을 하진 않았고, 생존을 위한 사진을 찍었어요. 주로 건설사의 준공사진이나, 회사 사보를 위한 행사사진 등을 촬영했어요.

언제부터 사진을 찍었어요?
중학교 때였어요. 어머니가 찍어 준 저의 어렸을 때 사진을 봤는데 좋았어요. 저의 기억을 되살려 주었는데 그러한 부분이 좋아서 사진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친구 따라 학교 사진동아리에 들어갔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어요. 보는 시각 훈련이나 기술 부분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사진을 전공하게 되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했는데, 일상이 너무 똑같은 거예요. 사진을 찍는 일이지만 그 회사에서는 1년 단위로 거의 같은 사진을 찍어야 했어요. 결국 회의가 들어서 사진 찍는 일 중에서 다른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나왔어요. 나와서 즐거운 일이 꽤 많았어요. 제 사진 작업은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 이곳저곳 다니는 일이라 재미도 있고, 보람도 많이 느껴요.

그럼 어떻게 거로마을 사진을 찍게 됐어요?
거로마을에 있는 문화공간 양이 김범진 관장의 외가였기 때문에 마을에 아는 사람이 많아서 주민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었어요. 주민들과 어울리며 마을단합대회, 경로잔치와 같은 행사를 보았는데, 이런 모습이 사라질 수 있으니 그 전에 남겨둬야겠다고 생각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이 많이 보였어요. 5~6년 사이에 마을 행사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주변이 공업지역화가 되면서 사라지는 것이 많았어요.

처음 거로마을은 어떤 느낌이었어요?
길이 꼬불꼬불해서 처음에는 어디가 나올지 모르겠더라고요. 돌담길을 따라 들어가면 저곳이 나올 것 같았는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육지는 한눈에 지역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이 많아요. 시야가 넓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오히려 시야가 좁은 거 같았어요. 넓게 볼 수 있는 지역이 별로 없어요. 높은 곳에서 봐야 멀리 볼 수 있는데 높낮이가 없어서 그런지 한눈에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굉장히 답답하다고 느꼈어요.

화북천 사진을 많이 찍으셨어요.
처음 화북천을 접하게 된 건 자동차로 이동하면서였어요.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멀리서 화북천을 바라봤어요. 화북천은 둑이 있어서 접근하기가 어려웠어요. 한번은 내려가서 거기에 있는 돌이나 나무를 봤는데 육지와는 다른 질감을 지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호기심을 갖게 됐어요. 또 마을 주민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곳에서 목욕도 하고 물놀이도 했다는 거예요. 제가 직접 화북천에서 놀거나 생활한 건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화북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화북천 사진이 주민들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 옆에 있는데 내가 몰랐구나’라는 사실을 일깨워서 무척 고무되기도 했어요.

화북천_원남소(2014) ©조은장

사진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이 있을 거 같아요.
사라져 가는 것을 기록할 수 있는 매체가 사진과 영상이에요. 전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한 발 떨어져서 작업해요. 그런데도 화북천 사진을 보고 많은 주민이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 주었고, 같이 지냈던 친구들이 생각났다고 했어요. 저의 사진 한 장이 옛 기억을 꺼내게 하고, 잊었던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에요. 큰물이 내려올 때 피해를 막기 위해 옹벽을 쳤지만 옹벽 때문에 화북천 접근이 어려워요. 사람들이 쉽게 내려갈 수 있게 공사해서 화북천을 주민들이 즐기고 산책할 수는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화북천을 촬영하는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었나요?
여름철에는 바위에 이끼가 많이 껴서 다니기 힘들어요. 바위가 아주 미끄럽죠. 그래서 넘어지는 경우도 많았고요. 다리도 좀 다치고, 결국 카메라 렌즈도 하나 깨먹었어요. 그렇게 힘들게 화북천을 따라 올라가 새통이란 곳에 갔어요. 깊숙한 곳에 있어서 사람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지만, 마을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 거기서 놀았다고 하셔서 그곳에서 작업했어요. 가을이나 봄에 바위 위에서 막걸리 한잔 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자연을 촬영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 느껴져요.
자연을 찍을 때 희열을 느껴요. 혼자 카메라 메고 화북천으로 내려가면 두렵기도 하고 외롭기도 해요. 그러나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기에 즐거운 작업이에요. 자연은 늘 새로워요. 계절마다 또는 아침과 저녁으로 자연의 이미지나 느낌이 매우 달라요. 특히 아침 해가 뜨기 직전이나 해가 뜬 직후는 새로운 것을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이에요.

4.3 관련 작업은 어떤 생각으로 하고 있나요?
4.3에 관련한 지식이 많이 없어 섣불리 작업할 수 없지만 유적지를 기록하는 일이기 때문에 참여했어요. 공부를 더 해야겠죠. 오늘 아침에도 사진 찍으러 갔다 왔는데, 큰터왓 같은 경우는 지역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제주동중학교(2015) ©조은장

제주동중학교(2015) ©조은장

마을 행사도 계속 촬영하셨죠?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공동으로 마을 행사를 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어요. 그런데 거로마을에는 부녀회가 있어서 모여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행사 때 나누는 모습이 저에게는 새롭고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오랫동안 마을 사진을 찍어 왔으니, 마을의 문제나 변화를 누구보다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가장 큰 문제는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보통 집에 자동차가 두 대씩은 있어 대부분이 자가용을 타고 다녀요. 걸어 다녀야 마을 사람을 만나 인사도 하고 대화도 하는데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그렇게 하지 못해요. 풍경도 많이 바뀌고 있어요. 높은 건물이 많이 생겨서 4~5년 전보다 하늘이 좁아진 느낌이에요. 안타깝죠. 이러한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남겨둬야 하는 부분은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을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던 오래된 사진이나 물건을 촬영하실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박물관 유물 촬영 같은 일을 하다 보니 그런 태도로 촬영하게 됐어요. 유물을 촬영할 때는 유물이 지닌 고유의 모양과 색을 정확하게 표현해야 해요. 작가의 시각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기록이라는 의미에서 우선 있는 그대로 표현해야 합니다. 물건의 모양과 색깔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같은 조명을 사용해요. 왜곡되지 않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의 물건을 촬영할 때는 인공조명을 사용했습니다.

물건을 촬영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어요?
촬영한 항아리, 농기구 등은 곧 사라질 물건이죠.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던 물건을 계속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박물관, 박물관 아닌 박물관이 마을에 생겼으면 해요. 마을회관 같은 곳에 옛 물건이 전시된 작은 공간이 있으면 거로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예요. 사진을 보면 옛 혼인문화와 장례문화가 독특한데, 지금은 그런 문화가 남아 있지도 않고 잘 기록되어 있지도 않아요. 지금은 모두 예식장에서 결혼하고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고 있어요. 예식장과 장례식장을 이용하면 편하겠지만, 문화 측면에서 생각하면 옛 문화가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상이죠.

마을 사람과도 많이 친해졌겠어요.
제가 마을에 살지 않고 행사 때만 내려와서 작업하기 때문에 마을 사람과는 아직까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일을 같이 했거나 나이가 비슷한 사람과는 친구처럼 지내며 호형호제(呼兄呼弟)하니까 좋아요.

사진을 찍으면서 마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나요?
처음에는 관광객 수준으로 왔기 때문에 육지와 크게 다른 것들만 보였어요. 마을 안의 삶은 볼 수가 없었죠. 그런데 촬영하면서 이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이분들의 아픔을 보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마을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어요.

사진작가로서 달라진 점도 있나요?
보도용 사진을 많이 촬영했기 때문에 제 사진에는 한 가지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는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어요. 거로마을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재미있고, 다양하게 만드는 훈련이 되었어요.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촬영은 빨리 할 수 있습니다. 기술 관련 부분은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촬영 전에 어떤 주제로, 어떤 것을 찍을지를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어려워요. 주제를 정해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계획을 세우고 사전 조사를 하고 답사 다니는 과정이 길어요. 촬영 전에 기획과 준비가 철저해야 합니다.

앞으로 마을에서 어떤 작업을 더 하고 싶으세요?
마을에서는 사람이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고 어르신이 돌아가시기도 해요. 마을의 구성원이 늘 변한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주민도 마을에서 중요해요. 거로마을로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의 삶을 촬영하고 싶어요. 쉬운 작업은 아니겠죠. 거로마을에는 한집에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경우도 많아서 삼대가 함께 사는 가정의 가족사진도 찍고 싶어요. 1년이나 2년 정도 작업하면 될 것 같습니다.

거로마을이 작가님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저는 고향이 없어요. 물론 엄밀하게 말하면 고향은 있지만 거기 가본 지 20년이 넘었고, 친구도 그곳에 없기 때문에 고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거로마을이 고향같이 느껴지고 마을에서 작업하는 게 편합니다. 제 아버지보다 연세가 많은 여기 어르신들을 만나면 살갑게 대해 주시고 챙겨 주시니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겠죠.

글: 김연주, 사진: 한용환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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